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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되고싶은 아이...

작성자

산사람 (61.♡.130.238)

등록일

10-02-14 10:46

조회수

1,886

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
아직 바람이 찬 봄날,
화분을 손보러 빨간 벽돌집 뒤쪽
공터로 나오니 다섯살 바기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여 앉은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한 자락을 보는 것 같이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아이가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야, 너는 뭐가 될래?" "그래, 빨리 정해라."

친구들이 지친 듯 쪼그리고 앉아
재촉하는데도 그 아이는 망설이기만 했다.

"빨리 말해.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그러자 머쓱해진 그 아이가
뭔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서더니
햇볕이 잘 드는 벽으로 뛰어 들어가 기대어 섰다.

"난 햇볕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로 와봐."
나는 속으로 '어허, 제법이네.' 하며
그 아이를 힐끗 쳐다봤다.
어리둥절해 하던 아이들은
모두 달려가 그 아이 옆에 섰다.

"와, 따뜻하다."하며
벽에 붙어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나는 가끔씩 노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곤 했다.

오늘은 색색 플라스틱 포크에
토끼모양으로 깍은 사과를 들고 나오다가
무심결에 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우리 할머니는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데
할머니가 앉아 계신 곳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요."

그 아이는 잠깐 동안만 할머니를 비추고는
금세 옮겨가는 햇볕이 얄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햇볕이 되어
할머니를 하루 종일
따뜻하게 비춰 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 주었는데
햇살을 가득 품은 것처럼 따뜻했다.

- 정수정*옮김 -

 

양산박 10-02-14 13:44
 121.♡.37.6  
  감동깊은글잘읽어읍니다 즐거운명절되세요
도규 10-02-14 20:01
 113.♡.2.83  
  따스한 햇살이 절로 느껴지는 좋은글 잘읽었읍니다.
프리아일 10-02-14 23:38
 121.♡.183.71  
  기특한 아이네요.할머니가 많은 사랑을 주었나 봅니다.
명절은 잘 쇠셨는지요. 올해도 난복이 넘치시길....
한들 10-02-15 07:43
 112.♡.186.71  
  좋은 시간 되세여,,,,,,,,,,,,,,,**
철주아인 10-02-15 10:08
 59.♡.225.44  
  마음이 따스합니다,,,,,
감사합니다,,,,
천방 10-02-15 13:03
 220.♡.210.52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항상 행복한 나날들이 되시길 ......
난마켓 10-02-15 21:08
 221.♡.57.222  
  아이의 마음이 참 이쁩니다.^^;
약수터 10-02-17 00:01
 59.♡.130.14  
  유달리 추웠던 겨울이었기에 봄에 대한 기다림을 그만큼 커지고
컸던 기다림만큼 더욱 통통하게 살을 찌은 꽃망울이 활짝 꽃을 피우려합니다.
난을찿… 10-02-20 19:43
 59.♡.230.47  
  더도말고 덜도말고 이아이만 같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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