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사이]'20분의 벽' 넘어 조루를 잡아라
“ 강박사님, 매번 30분, 1시간 이상 성행위를 할 수 있어야 조루가 아니고 그 이하라면 치료를 해야 한다던데 사실인가요?
“어디서 잘못 들었는지 성에 무지했던 남성들이 필자의 클리닉에서 제일 혼나는 질문이다.성기능 장애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난 요즘에도 이런 엉터리 정보가 난무하고 그로 인해 당사자의 열등감이 자극되어 엉뚱하고 불필요한 시술에 빠지니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왜 그렇게 급한지 조루 때문에도 힘든데, 남편은 그냥 냅다 삽입을 시도해요. 오히려 분비물이 적다며 짜증을 내니 적반하장이죠. 내 몸은 아직 흥분조차 안됐는데...”
남편의 조급함과 일방적인 욕구충족에 조루 남편을 둔 아내들이 제일 많이 늘어놓는 하소연이다.
그렇다면 삽입 후 사정시간이 어느 정도가 일반적이며, 과연 1시간 정도를 끌어야 조루가 아닐까? 사실 대부분의 성행위에서 1시간 이상이 걸린다면 이는 정상이라기보다 지루다. 삽입 후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과 관련한 오해에 대해 정확한 통계자료와 신빙성 있는 연구논문을 통해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도움되는데, 조루를 고민하던 남성들은 깜짝 놀란다. 그제서야 자신이 지나치게 고민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조루 남성과 정상 남성의 사정시간을 비교한 패트릭(Patrick) 박사팀의 연구에서는 조루가 없는 정상 남성이 삽입 후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대가 가장 빈도가 높으며 대부분 5~10분대로 조루 환자들이 부러워하는 만큼 그렇게 길지 않다. 이에 반해 조루 환자들은 1분대가 가장 빈도가 높으며 대부분 1~3분대 이내로 나타났다. 해당 논문에서 정상인도 평균 20분의 사정시간이 최대치였다는 점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성의학계에서 조루 분야의 대가로 불리는 왈딩어(Waldinger) 박사팀이 작년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조루증이 없는 정상 부부의 삽입 성교 시간이 5분이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며 그 평균도 5.4분이었다. 실제로 평균 20분 이상 걸리는 경우는 전체의 10% 이하다.
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가장 올바른 조루치료인 약물치료와 행동요법에서도 20분의 벽을 강조하고 있다. 즉, 행동요법에서 권고하는 자위훈련에서 20분의 시간을 유지하면서 사정 전에 충분한 흥분반응을 익히게 하고 흥분의 최고 극치단계인 오르가즘까지 완만한 흥분상승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번 20분 이상 성행위를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20분을 강조할까? 20분은 사정시간을 유지하는 노력의 최대치로 평소에 5분에서 20분 정도의 삽입성교시간이면 무난하기 때문에 20분을 최대치로 행동요법을 유도하는 것이지 매번 20분을 지속하란 얘기가 아니다. 또한, 정상 성행위에서 사정시간은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다. 엄청난 자극을 받거나 성행위를 드물게 할 경우 사정시간은 평소보다 짧아지고, 단기간에 여러 번 성행위를 반복하거나 흥분을 저해하는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사정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러한 일시적인 조루현상이나 사정시간의 변동을 두고 조루를 치료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매번 성행위에서 오랜 시간을 끌어야 여성이 만족하고 그래서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선다는 것은 지나친 강박관념에 불과하다. 특히 성기능과 관련하여 한국 남성의 강박관념은 사정시간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성기크기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유독 드러난다.
성행위에서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성생활을 통한 부부의 행복의 척도는 단순히 시간문제가 아니다. 조루 때문에 성행위시 딴생각을 하거나 감각을 줄이는 것도 우매한 방법이다. 자신의 느낌은 포기한 채 여성을 만족시키는 데서 성취감을 찾는 것은 남녀가 함께 즐거워야 할 성행위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다. 부부가 함께하는 성행위는 두 사람이 모두 즐거워야만 두고두고 행복할 수 있다.
애초에 남자와 여자의 성 흥분 시간은 다르다. 상대적으로 남자에 비해 여성이 흥분해서 오르가즘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길다. 이런 남녀의 시간편차를 극복하는 것은 필자가 이전부터 언급했듯 성감대 자극을 통한 충분한 전희, 삽입 전 음핵 오르가즘의 유도 여부, 체위의 변화, 후희의 여부에 달린 것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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