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시리게 바람이 불면서
모두들 노랗고 붉은 세상을 찾아 떠났지만
숭덩숭덩 빠지는 흰머리를 바람에 맡기고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버틸 수 있다.
어젯밤 서리로 감잎이 마저 떨어졌고
주위는 점점 비워지고 있다.
차라리 눈이라도 흐벅지게 내려 어깨를 덮으면
떨고 있는 모습,기다리는 모습 감출 수 있을 텐데
마지막 눈물까지 마르고 나면
그깟 추위쯤이야
너에게 갈 수는 없어도
가물거리는 기억을 믿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잠들 수 없다.
더는 작은 키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억세게 운 좋은 억새가 초겨울 언덕에 서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 너만이 아니야
2011 11 프리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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