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로*
산 까 치.
비가 온다.
이 한밤 가득히 내리는..
봄비가,
고요의 적막을 가르며..
땅위에..나무위에 지금,
그렇게 내리고 있다.
바람마저도
가느다란 빗 방울을
몰고 와서..
내 볼에
가볍게 부딪히고..
외롭게 떨고 있는,
가로등 불빛 아래 하이얀
물보라가..
무지개를 그리며
살포시
부서지고 있다.
그 빗속에
그리움이 잠겨있고,그 속으로..
잠겨들려하는,
초라한
내 모습을 거부하고 픈,
강한
욕망을 안은 내가..
여기에 있다.
오들오들 떨리우는,
몸뚱아릴
겨우 지탱하고서..
파아랗게 탈색된 입술로
머금은
담배 연기가
흔적도 없이 허공으로
사라질때면..
가로등 불빛도,
밤을 잊은 내 곁에서 졸리운 듯 깜박인다.
이따금씩
머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하나 둘씩,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그리웠던 모습들...
떠나고 싶다.
어디론가...
혼자이어도 좋고,둘이어도 상관없고
그가
모르는 사람이건 그렇지 아니하건
개의치 않으리라.
가다..
다리가 지치면
주인 없는 포장마차에서
한 모금의
술잔을 기울이고..
밤새도록 걷다,
얘깃거리가 없으면,서로
마주보는 것,
만으로도 족하리라.
우산이 없어도 좋고
온몸이..
비에..
흠뻑 젖어도 개의치 않고,
오직..
끝도 없고 종착역도 없는
먼 길을 걷고 싶다.
가다 비록,
혼자가 될지언정,옆에 있던
그 모습이..
가뭇없이 사라진다는
생각고 싶지 않은 환상이
현실로 다가올지라도
울지 않으며..
두 볼에 흘러드는
빗 방울을
훔쳐 내며
그렇게 밤새도록
걷고 싶다.
새벽 여명이
가느다란 빛을 토하며
내 뒤를
쫓을지라도,뛰어가지 않으며
이 한밤
가득할때까지
쉬임 없이 걸어가리라.
한가닥..
가는 빛이 보일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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